대광뉴스레터 5호
2024년 11월 23일 발행
클알못의 연주회 사용법
오늘도 저의 일기와 다름없는 스타일의 사소한 뉴스레터를 써봅니다. 지난주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연주회를 포함한 좋은 행사들은 주로 금, 토, 일에 열리기 때문에 빅라이츠의 휴무인 화, 수에 하는 연주회는 아주 귀한 기회입니다. 그러고보면, 요즘 화요일에 닫는 곳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유행인가… 예전에는 내가 쉬는 월요일에 모두 다 함께 쉬어서 쉬는 날 갈 곳이 없길래 화요일로 옮긴 것이었는데, 이젠 화요일 휴무가 트렌드가 되어 또 갈 곳이 없어졌으니 휴무를 다시 수,목으로 바꿔야 하나 싶습니다. 자영업자도 좋은 곳 가보고 싶다…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키신은 2살 때 피아노 곡을 듣고 피아노를 쳤다는 러시아의 신동 중의 신동, 한때 피아노 연주자를 꿈꾸는 모든 청소년들의 방에 포스터가 하나씩은 붙어있었다던 그런 전설의 연주자, 피아노계의 아이돌이죠, 라고 하면 제가 무슨 클래식 음악 애호가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저는 음악 없는 고요를 더 좋아하는, 음악에는 큰 애착이 없는 사람입니다. 좋은 음악을 아주 가끔 듣고 싶을 때만 듣는 타입이랄까요. 시도때도 없이 음악을 끼고 사는 애호가는 아니란 말씀. 하지만 이상하게 올해 유독 연주회를 많이 갔습니다. 빅라이츠에도 방문하셨던 정명훈 선생님❤︎의 연주회도 자주 갔고. 그래서 중요한 건 말입니다, 저 같은 음알못도 일단 가보면 분명히 얻어오는 감동이 생기더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갈까 말까 할 때 가라는 말은 진리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연주회에 갈 때 마다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런 퀄리티 타임을 도대체 어디서 가질 수 있을 것인가라고요. 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연주자와 악기를 바라봅니다. 주변의 다른 팬들처럼 애정을 담아 바라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있으니까 본다는 정도로 가볍게. 어차피 조명이 켜지만 그 외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고요해진 객석을 의식해봅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있지만 내 바로 옆에 앉은 사람마저 거슬리지 않습니다. 다들 너무 매너가 아름다우십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매너를 지켜야 할 것 같은 곳이기 때문이겠죠. 저는 이게 너무 좋습니다. 이제 연주가 시작됩니다. 스마트폰? 당연 꺼낼 수 없죠. 그럴 수 없는 분위기.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무대 위의 연주자를 바라보고 음악을 귀로 흘려넣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나게 두는 것 뿐. 명상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나게 그냥 두는 것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연주회보다 더 (강제) 명상에 적합한 곳은 없습니다. 고스란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대중 속에서 나와 연주자- 혹은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는 다른 사람만 있는 곳. 아니, 이만큼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곳 찾을 수 있을까요? 사실 장황하게 써댔지만, 멍 때리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는 말입니다. 스마트폰을 꺼버리기도, 정신 한번 놓기도 힘든 세상, 우리 모두 이 아름다운 것만 가득한 연주회장에서 한번 대차게 두 시간동안 멍을 때려봅시다. 그리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음악에 빠지게 되더군요. 더 날 생각이 없으면 음악이 귀에 들어옵니다. 음악이 전달해주는 감정도 느껴집니다. 드디어, 내가 클래식 음악을 느끼게 되는 순간의 희열까지 이렇게 덤으로 옵니다. 때마침 연말입니다. 연말에 좋은 연주회가 참 많으니 한번 큰맘 먹고 좋은 좌석의 티켓을 (좋은 좌석일수록 좋습니다) 한 장 구해서 음악과 함께 나의 목소리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그나저나 우리나라도 인터미션 때 샴페인 한 잔 마실 수 있게 매점(?)에서 팔아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음번 연주회에 갈 때에는 작은 하프 보틀 샴페인 한 병을 가방에 얼음팩과 넣어갈까 싶습니다. 인터미션에 잠깐 나와 신속하고 조용하게 오픈한 다음 가져간 아주 작은 와인잔에 (기무라의 밤비잔 추천) 콸콸 따라 일행과 함께 원샷으로 목을 축이고 들어가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낭만적인 연말 보내세요.
대광 뉴스 : 빅라이츠의 새 굿즈, 모자
GOOD PEOPLE DRINK GOOD WINE
주구장창 굿즈 이야기뿐인 대광뉴스, 모자를 만들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이웃, 떼뚜에서 만들고 판매합니다. 심지어 1차분은 일주일만에 품절되어 새로운 컬러를 추가해 더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친구, 앤더스 프레드릭 스틴과 굿오가우도 쓰고 다니는 이 모자, 수익금의 10%는 기후변화 대응에 힘쓰는 환경 단체에 기부합니다. (이미 한번 했어요!)
2017년 7월 오픈한 서울의 첫 내추럴 와인바입니다. 우드 파이어를 기반으로 계절감이 살아있는 재료들을 주로 사용합니다. 제철 재료를 놓치지 않겠다는 민관, 민수 두 셰프의 집념으로 시시각각 바뀌며, 와인 리스트도 멋진 와인을 찾아내는 아현 매니저의 매의 눈으로 조금씩 바뀝니다. 생기 넘치는 에너지가 가득 찬, 고운 결의 내추럴 와인들을 주로 고릅니다. 기억에 남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을 매일 가득 담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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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라이츠가 전하는 한 편의 짧은 글